너희는 고립되었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추천사] 말하는 사람들 _ 문정현 신부


8월 중순. 거리의 시인 송경동과 2008년 94일 동안을 단식하면서 우리 모두를 울린 강철 여인 김소연, 그리고 정택용이 명동성당으로 나를 찾아왔다. 앉을 곳도 없어 나무 그늘 밑에 퍼질러 앉았다. 거리에 앉는 게 더 편한 사람들. 

다시 싸움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웃으며 농담처럼 “신부님이 잠깐 와 주시면 금세 이길 텐데…”라고 했다. 어리광부리듯 말했지만 나는 안다. 말하자면 그들은 나를 다시 납치하러 왔다. 민중의 이름으로 소환하러 왔다. 너무도 절박해 내게 구원을 구하러 왔다.

[추천사] 우리 모두는 안녕했는가 _ 조세희 소설가


격렬한 시위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은 자신의 안전을 생각할 틈이 없다. 그런데 나는―막강한 중대가 출동한 날에는 특히―신경써주는 젊은 사진인들의 걱정거리가 되어 도움을 받고는 했는데, 이 어두운 시대 기록에 열심인 정택용 작가도 나를 지켜준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카메라가 사람의 눈처럼 뜨겁거나 따뜻할 수 있을까. 카메라가 좌절하거나 지금 무너져 내리는 사람들에게 용기가 되거나, 희망의 빛이 될 수 있을까. 때론 상심해 카메라를 던져버리고 다른 무엇을 들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 그 동종의 슬픔이 어느새 그와 나를 세대를 넘어 친구로 묶어주었을 것이다. 

[작업노트] 어떤 거인들에 대한 기록


이 사진집은 쉬운 길로 가기보단 옳은 길을 찾기 위해 6년째 싸워온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2005년 여름 기륭에서 처음 본 것은 철문 쇠창살 너머로 보이는 조합원들이었다. 한 아이가 쇠창살을 사이에 두고 안에 있는 엄마와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다. 1970년대도 아닌 2005년에 보아서는 안 되는 장면이었다. 그때부터 이 기록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