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말해
밀양 상동면 도곡마을
“이걸 우째 이고 왔는교?”, 『밀양을 살다』, 오월의봄, 2014
송전탑 저게 9년째 아이가. 산 만데이까정 얼매나 가고, 대닐 만치 대니고 마이 했다 아이가. 손 끄트이 다 벗겨져가미 기어 올라갔다 카이. 올라가는 데 세 시간 걸리대. 올 봄에는 요놈의 손들이 계속 다니니께 하도 분해가 시청 앞에 앉아가 내가 실컷 울어뿟어. 남이 보기나 말기나 실컷 울어뿟더니만, 수녀 아줌마들이 와가지고 “할매 와카시는교? 와카시는교?” 한이 맺히고 원이 맺혀가, 북받쳐서 웁니다. 원통해서 울고 분해갖고 울고 한이 맺혀가 웁니다. 눈물밖에 안 남았심더, 눈물밖에 안 남아서 웁니다. 그랬다 카이.
요놈의 손들, 여기 전시만시(온갖 데) 와가지고 온갖 거 다 세워놓고. 우린 못하구러 말릴라꼬 온 전시 다 댕기고. 세상 그렇게 못하구러 하고, 저건 할라 카고. 우린 저거 들어오면 못 사는데. 땅 손바닥만 한 거 사놨는데 물거품 되는데. 언제 누가 살아도 여긴 물 좋고 공기 좋고. 손주들 와서 살고 누가 와도 다 잘살 낀데. 자꾸 밑으로 내려오믄 이제 못 산다. 송전탑 저거 보통 것도 아니고 76만 5,000볼트 디게 센 게 와가, 저 청도 가서 갈라진다 카이. 밑에 산소도 파내라고 지랄병하는데 우야겠노. 그게 우리 시아바시 산소 옆도 지난다니까. 저거도 해로우니께 산소 파내라 카지. 센 게 들어오만 2, 3년 있으만 감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 되는 기라. 저거 오면 이 골짜기 못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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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짜기 커갖고 이 골짜기서 늙었는데 6·25 전쟁 봤지, 오만 전쟁 다 봐도 이렇지는 안 했다. 이건 전쟁이다. 이 전쟁이 제일 큰 전쟁이다. 내가 대가리 털 나고 처음 봤어. 일본시대 양식 없고 여기 와가 다 쪼아가고, 녹으로 다 쪼아가고 옷 없고 빨개벗고 댕기고 해도 이거 카믄. 대동아전쟁 때도 전쟁 나가 행여 포탄 떨어질까 그것만 걱정했지 이러케는 안 이랬다. 빨갱이 시대도 빨갱이들 밤에 와가 양식 달라 카고 밥 해달라 카고 그기고. 근데 이거는 밤낮도 없고, 시간도 없고. 이건 마 사람을 조지는 거지. 순사들이 지랄병하는 거 보래이. 간이 바짝바짝 마른다. 못 본다 카이, 못 봐.